미국 프로스포츠의 승부 세계는 정규시즌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승점이나 길고 긴 장기전 레이스보다, 시즌 막판에 펼쳐지는 플레이오프라는 단판 승부 무대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거친 승부처 시스템입니다. 정규리그에서 아무리 우여곡절이 많았고 기복이 심했다고 한들, 마침내 승부처가 다가왔을 때 승리하는 팀이 최종 챔피언이라는 왕관을 차지하게 되죠. 로스앤젤레스FC(LAFC)가 남은 정규리그 동안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2026년을 찬란하게 성공한 해로 기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지난 10월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컨퍼런스 경기에서 LAFC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승점 1점을 나눠 가진 밴쿠버는 승점 51점으로 서부 컨퍼런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반면, LAFC는 승점 42점으로 6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빡빡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A매치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한 손흥민 선수는 첫 경기부터 풀타임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으며, 상대 선수의 퇴장까지 유도하는 결정적인 칼날 전진 패스를 찔러주는 등 슈퍼스타다운 강렬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과시했습니다.

1. 감독 전격 경질과 사비 타마리트 임시 감독 체제의 첫 시험대

이번 밴쿠버전은 LAFC에게 큰 전기가 마련된 경기였습니다. 바로 사비 타마리트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치른 첫 공식 경기였기 때문인데요. LAFC 구단은 손흥민 선수가 국가대표팀 차출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지난 9월 28일, 마크 도스산토스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스페인 국적의 사비 타마리트 코치를 임시 감독으로 전격 승격시키면서 팀의 전열을 빠르게 재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타마리트 임시 감독은 첫 경기부터 팀 구조에 파격적인 전술 변화를 주었습니다. 기존의 4-2-3-1 대형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선수들의 역할과 배치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입니다. 특히 그동안 최전방 스파이커 역할을 주로 맡았던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대신 측면 공격을 전담하던 간판 스타 드니 부앙가를 최전방에 세우는 포지션 스위칭을 단행했습니다. '흥부 듀오'로 불리며 팀 공격을 이끌던 두 선수의 기용 방식에 명확한 반전을 준 셈입니다.

이번 2026시즌 LAFC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심각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6경기에서 5승 1무라는 대단한 기세를 올렸고, 이 기간 동안 전 경기 무실점에 한 경기 6골을 터뜨리는 경기까지 선보이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탔습니다. 그러나 감독 경질 직전 10경기에서는 1승 5무 4패라는 대단히 부진한 성적표를 남기며 선두권 경쟁에서 까마득히 밀려났습니다. 심지어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장담하기 힘든 위기에 빠졌고, CONCACAF 챔피언스컵과 리그스컵 등 주요 컵대회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씁쓸하게 퇴장해야 했습니다.

2. 손흥민 중앙 배치가 가지는 전술적 의미와 대표팀과의 시너지

관건은 타마리트 임시 감독이 보여준 이 전술적 변화와 감독 경질에 따른 충격 효과가 과연 LAFC의 전체적인 경기력을 반등시킬 수 있느냐입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위치는 손흥민 선수에게 지극히 익숙한 전형적 포지션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수년간 축적된 노련미와 절정에 달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겸비한 손흥민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노마크 득점 찬스를 자주 만들어내기에는 이론적으로 매우 훌륭한 해법입니다.

📌 핵심 전술 포인트 요약
• 손흥민의 중앙 이동: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결정적인 득점 및 기회 창출 극대화
• 부앙가의 최전방배치: 손흥민을 살리기 위한 팀 차원의 과감한 역할 변화
• 대표팀과의 전술적 공통점: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대표팀 감독과 LAFC 임시 감독 모두 '중앙 손흥민' 활용

재미있는 점은 손흥민의 능력을 200% 끌어내는 것이 대한민국 대표팀과 LAFC 사령탑의 공통 과제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두 팀 모두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밖의 공통점이 있으며, 팀에 도입한 핵심 전술 방향성마저 매우 유사합니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대표팀 감독은 4-4-2 대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 표면적인 포지션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나,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한다는 핵심 줄기는 똑같습니다.

만약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손흥민이 소속팀과 대표팀 두 곳 모두에서 이 중앙 역할을 완벽하게 적응해 내면서, 두 감독 간의 전술적 시너지 효과가 크게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파트너인 부앙가가 밴쿠버전 이후 인터뷰에서 "최전방 역할이 아주 편한 위치는 아니었다"고 인정하긴 했지만, 손흥민이 가진 압도적인 클래스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팀 전체가 맞춰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앞으로 남은 3주와 정규리그 5경기, 플레이오프 돌풍의 조건

MLS의 정규시즌이 끝나면 'MLS컵'이라는 이름의 플레이오프 토너먼트가 시작됩니다. 서부 컨퍼런스 팀들끼리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뽑은 뒤, 동부 컨퍼런스 우승팀과 최종 결전을 벌이는 방식인데요. 현재 서부 6위인 LAFC에게 정규리그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선두 밴쿠버와의 승점 차가 9점이나 벌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동안 팀의 실전 경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LAFC에게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단 5경기입니다. 오스틴FC, 뉴욕시티, LA갤럭시,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시애틀 사운더스를 순차적으로 만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남은 상대 중 동·서부를 통틀어 최상위권 강팀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5경기 중 3경기가 홈경기라 뉴욕 원정을 제외하면 선수단의 장거리 이동 부담도 매우 적은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3주 동안 임시 감독이 주전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최상의 전술 조합을 도출해 내야 합니다.

MLS는 7위까지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므로 현재 순위만 지켜내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특히 MLS 플레이오프는 야구나 농구처럼 상위 시드가 크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첫 라운드만 3판 2선승제일 뿐, 이후 라운드는 전부 단판 승부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드 위치에 따른 일정 불이익이 없습니다. 남은 5경기 동안 최상의 공격 조합과 단단한 조직력을 완성해 낸다면, LAFC가 플레이오프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손흥민 선수는 개인적으로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과 개인 수상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겨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2026시즌 플레이오프는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있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기회입니다. 다가오는 3주 동안 LAFC가 보여줄 반전의 퍼즐에 축구 팬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