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국해방 80주년’ 기념행사 리뷰 – 체제와 기억의 방식

 

🟥 북한의 ‘조국해방 80주년’ 기념행사 리뷰 – 체제와 기억의 방식

🎯 왜 ‘조국해방’인가? 북한의 역사 인식

북한은 해마다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조국해방의 날’로 기념합니다. 이 날은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것을 의미하지만, 그 해석의 주체가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의 성과’로 한정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025년은 이 조국해방절이 8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북한은 이를 정치적·이념적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 평양 개선문광장, 대규모 정치 이벤트의 무대

올해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연설에 나선 것은 물론,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이 동석하며 국제적인 의미도 부여했습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 “조국해방은 조선인민혁명군의 항일투쟁 승리 덕분이다”
• “조러(북러) 관계는 반제 자주정신에 기초한 가장 신성한 동맹이다”
• “지금의 국제 질서 속에서 러시아와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발언은 단지 역사적 의미를 환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최근 미국·한국·일본의 3국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은 북러 밀착이 단순한 우정 차원이 아닌, 사실상 군사·외교적 동맹에 준하는 관계라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정치의 상징

김정은은 공식 행사 하루 전인 8월 14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헌화했고, 또한 항일 전사들이 묻힌 대성산혁명열사릉에도 방문하여 국가적 추모를 진행했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참배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정권의 역사 계승과 정통성 고착화 전략의 일환입니다. 김정은은 항일의 주역을 다시 김일성으로 고정시키며, 자신의 리더십이 이 맥을 잇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반복합니다.

🏠 지방에서는 어떻게 기념했을까?

중앙 행사 외에도, 북한은 전 지역에 걸쳐 기념 분위기 조성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함경북도 길주군이었습니다.

• 주민 대상 명절 물자(8종 구성) 배급
• 군민 체육대회와 문화공연
• 지역 사진 전람회 개막
• 가정마다 선전자료 배포 및 시청회 독려

이러한 ‘기념 사업’은 대외적으로는 체제 단결을 과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부담과 피로감을 유발하는 강제 동원 구조로 작동합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물자가 턱없이 부족했고, 사진전은 형식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공개적인 참여나 표정 연출조차도 감시와 촬영이 동반되는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졌다고 전해졌습니다.

🖼️ 선전 도구로서의 사진전 – ‘항일대전의 위대한 승리’

북한은 ‘항일대전의 위대한 승리, 계승’이라는 타이틀로 중앙 및 각 도에서 사진전람회를 동시에 개최했습니다.

• 김일성 항일무장 투쟁 관련 사진
• 일본군과의 전투 장면 묘사
• 러시아와의 반제 연대 상징 자료
• 김정은의 '강력한 계승자' 이미지 부각

이 모든 구성은 ‘조국해방’이라는 이름 아래, 김씨 일가 중심의 정통성 강화 스토리텔링으로 귀결됩니다. 역사는 사실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전시되는 셈입니다.

🧭 리뷰를 마치며 – 기념과 과시, 기억과 통제 사이

북한의 조국해방 80주년 기념은 단지 역사 기념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정권의 정당화, 민심 유도, 외교 전략 강화라는 다층적 목적이 담겨 있었죠.

특히 러시아 대표단과의 연대 퍼포먼스, 사진 전시와 태양궁전 참배, 물자 배급과 주민 동원 등은 기억의 형식을 통해 통치 논리를 심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남한의 광복절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기념’이라면, 북한의 조국해방절은 ‘권력 중심의 통제된 기억’입니다. 이날은 역사라기보다는, 현재를 위한 연출이고, 민족 전체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의례’로 활용되고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