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류승룡, 나란히 대상의 주인공이 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류승룡이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각각 영화 부문과 방송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백상의 얼굴은 유해진과 류승룡이었다
2026년 백상예술대상은 두 배우의 이름으로 오래 기억될 시상식이었다. 영화 부문 대상은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에게, 방송 부문 대상은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류승룡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의 수상은 단순히 작품 하나의 성공을 넘어, 오랜 시간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배우들이 마침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류승룡은 유해진과 함께 과거 극장 포스터를 붙이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감개무량한 소감을 전해 현장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시상식의 분위기는 화려함보다 진정성에 가까웠다. 수상자들은 작품을 만든 동료, 함께 호흡한 배우, 자신을 지켜준 가족과 관객을 언급하며 각자의 시간을 담담하게 꺼내놓았다. 그래서 올해 백상은 단순한 수상 결과 발표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영화 부문: 극장 흥행과 작가주의의 공존
영화 부문 대상의 주인공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광천골 촌장 엄홍도를 연기한 유해진이었다. 작품은 단종의 유배 생활을 다룬 영화로, 누적 관객 수 168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유해진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극장에 활기가 돌고, 잊힌 극장의 맛을 아시는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그의 소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함께 단종 역으로 호흡을 맞춘 박지훈을 향한 감사였다. 유해진은 연기는 상대적인 작업이라며, 박지훈의 눈빛과 호흡 덕분에 자신도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상을 받은 배우가 가장 먼저 상대 배우의 힘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면서 동시에 현장의 협업을 확인시킨 순간이었다.
작품상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가 차지했다. 박찬욱 감독은 특유의 농담과 여유를 섞은 수상 소감으로 관객과 현장을 웃게 했다. 감독상은 세계의 주인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에게 돌아갔다. 윤 감독은 작품을 만들기까지 짧게는 6년, 길게는 평생이 걸렸다고 표현하며,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의 도움 없이는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부문은 대중 흥행작과 문제의식을 품은 작가주의 작품이 함께 조명됐다. 이는 올해 한국 영화계가 상업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중요하게 평가했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방송 부문: 현실을 비춘 드라마들이 강세
방송 부문 대상은 류승룡에게 돌아갔다. 그가 출연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제목부터 현실적인 시대 감각을 품은 작품이다. 직장, 주거, 가족, 사회적 체면 등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소재를 드라마 안에 담아냈고, 류승룡은 그 중심에서 인물의 무게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류승룡은 수상 소감에서 이 작품이 드라마로서 외면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 판을 열어준 제작진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함 속에서 조금만 공감하고 용서하고 용기를 낸다면 서로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작품이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과 관계를 바라보는 이야기였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작품상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 받았다. 이 작품은 작품상과 각본상을 함께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조영민 감독은 김고은, 박지현 등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장세정 영상사업부문장은 화려하지 않은 이야기를 선택해 준 김고은에게 특별히 감사한다고 밝혔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디즈니+ 오리지널 메이드 인 코리아의 현빈이,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tvN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이 수상했다. 박보영은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버거웠다고 고백하며, 선의의 경쟁자이자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주요 수상자 한눈에 보기
| 부문 | 수상자·수상작 | 비고 |
|---|---|---|
| 영화 대상 | 유해진 · 왕과 사는 남자 | 누적 관객 1680만 명 돌파작 |
| 방송 대상 | 류승룡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 현실 공감형 드라마 |
| 드라마 작품상 | 은중과 상연 | 작품상·각본상 2관왕 |
| 영화 작품상 | 어쩔 수가 없다 | 박찬욱 감독 작품 |
| 영화 감독상 | 윤가은 · 세계의 주인 | 강한 메시지의 작품 |
| 방송 최우수 연기상 | 현빈, 박보영 | 각각 메이드 인 코리아, 미지의 서울 |
| 예능상 | 기안84, 이수지 | 이수지 2년 연속 수상 |
| 뮤지컬 연기상 | 김준수 | 신설 부문 첫 수상자 |
예능·공연 부문도 의미 있는 변화
방송 부문 예능상은 기안84와 이수지가 차지했다. 이수지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수상에 성공하며 예능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는 부담되고 힘들 때마다 선배들의 조언이 힘이 됐다고 말하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예능 작품상은 신인감독 김연경이 받았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결국 시상식 무대에 섰다는 제작진의 말은, 익숙하지 않은 포맷과 새로운 도전이 결국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극 부문에서는 프리마 파시의 김신록이 연기상을 받았다. 김신록은 작품의 한국 초연을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뮤지컬 부문 연기상은 김준수가 수상했다. 그는 상의 무게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더 정진하겠다고 했고, 다음에는 남녀 연기상을 나눠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이 남긴 의미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극장의 회복이다. 유해진이 언급한 것처럼,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고 영화 관람의 즐거움을 회복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에 긍정적인 신호다. 둘째는 현실 밀착형 이야기의 강세다. 김부장 이야기, 은중과 상연, 세계의 주인 등은 모두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적 감정과 문제를 비추는 작품들이다.
셋째는 수상 소감의 진정성이다. 올해 수상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보다 동료, 가족, 관객,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임수정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언급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고, 윤가은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들과 자신의 아픔을 나눠준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배우로 살아가며 느낀 부담과 버팀의 시간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결국 올해 백상은 “누가 상을 받았는가”만큼이나 “어떤 이야기가 선택받았는가”가 중요했던 시상식이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영화, 시청자의 현실을 건드린 드라마,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예능과 공연이 나란히 조명됐다. 화려한 트로피 뒤에는 긴 시간 버텨온 창작자들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알아본 관객과 시청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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