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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 역사 이야기

광복 80주년, ‘향수’는 고향을 그리다

by jiwon9312 202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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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향수’는 왜 지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일까?

광복 80주년을 맞아 ‘향수(鄕愁, 노스탤지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추억 회고를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의 깊이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전시 『향수, 고향을 그리다』는 바로 이 ‘향수’를 중심축 삼아 한국 근현대사의 파노라마를 펼쳐냅니다. 전시는 크게 네 개의 테마—향토(鄕土), 애향(愛鄕), 실향(失鄕), 망향(望鄕)—를 통해 우리 민족이 겪어낸 격동의 역사와 그 속에서 형성된 마음의 근저를 조명합니다.

1. 향토 – 빼앗긴 땅, 잃어버린 고향

‘향토’는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빼앗긴 상황에서 표현된 고향의 이미지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이상범의 〈귀로〉, 오지호·김주경 등의 풍경화를 통해 “식민주의적 시각을 넘어 조선의 고유한 정취를 되살리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상화·정지용·백석 등의 저항 시와 만주 망명 가사가 함께 전시되며, 회화와 문학이 공명하는 지점을 경험하게 합니다.

2. 애향 – 되찾은 땅, 다시 세운 자긍심

해방 이후의 ‘애향’은 광복 이후 찾아온 재건과 자긍심을 대변합니다. 손일봉, 문신, 이응노, 김환기, 유영국, 전혁림, 변시지와 같은 거장들은 각자 고향에서 출발해 현대적 조형 세계를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김환기의 푸른 섬과 달빛, 전혁림의 통영 바다, 변시지의 제주 바람 등은 개인의 뿌리를 모티프로 삼아 현대미술로 승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실향 – 폐허의 땅, 상흔 남은 시간

한국전쟁 이후의 ‘실향’은 폐허와 상실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이종무의 “전쟁이 지나간 도시”, 도상봉의 “폐허”, 이만익의 “청계천” 등은 전쟁의 폐허를 회화로 기록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남관·신영헌·이수억 등의 작품에서는 거친 붓결과 형태 해체를 통해 전쟁의 충격과 피난의 절망이 시각적으로 전해집니다.

4. 망향 – 그리움의 땅, 이상향으로의 향유

‘망향’은 고향을 잃은 이들의 이상향적 풍경으로 나타납니다. 윤중식, 박성환, 최영림 등 실향민 화가들은 가족과 고향을 상실한 아픔을 이상향의 풍경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전시 전반에 여성 작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전후 창작 여건의 한계가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오늘날의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시 연출 방식 – 공간과 감각을 엮는 예술의 장치

전시는 단순히 작품 나열이 아닌 ‘공간 속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을 몰입시킵니다. 벽 사이에 만든 ‘창’을 통해 다른 작품이 스치듯 보이는 디자인은 기억이 겹치고, 시간이 쌓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푹신한 카펫과 엔틱 액자, 화구함 등 세월의 흔적이 남은 소도구는 ‘시간의 농도’를 오롯이 전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결론 – 향수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시대의 반영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험하는 ‘향수’는, 단순한 그리움이 아닙니다. 잃음과 되찾음, 고향과 상실, 기억과 재건의 이야기가 합쳐진 정서적 지층입니다. 이 전시는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형성된 ‘고향’이라는 심상의 여정을 시각과 문학으로 풀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감동의 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향수’라는 키워드가 개인의 감성을 넘어, 민족과 역사의 층위를 아우르는 정서의 코드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이 전시가 우리에게 던지는 깊은 울림이자 의미입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 눈길을 끈 작품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는 이상범의 〈귀로〉입니다. 전통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김환기의 푸른 점화 시리즈는 그가 느꼈던 통영의 하늘과 바다를 추상적 언어로 재구성하며, 향수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이외에도 박성환의 작품은 추상과 서사적 요소를 결합하여 실향민의 내면 풍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했으며, 전혁림의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구성이 고향 통영의 생동감을 되살립니다.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민족적 아픔과 개인의 기억이 맞닿은 예술의 깊이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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