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인파로 붐비는 경복궁 — 그 속에서도 고즈넉했던 하루

경복궁 금천교 영제교

근정문

석 연휴 엿새째인 8일 서울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2025.10.8

추석 연휴, 인파로 붐비는 경복궁 — 그 속에서도 고즈넉했던 하루

사람의 물결 사이로 스며든 가을빛, 그리고 추석의 정취

연휴 셋째 날 아침, 햇살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버스킹 소리, 그리고 택시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화문 앞 인파. 아직 입장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경복궁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죠.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 진짜 명절이구나” 싶었습니다.

1. 경복궁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자체가 명절

입장 줄은 길었지만, 다들 얼굴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 전통 부채를 든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부모님 손을 잡은 연인들까지 — 모두가 웃고 있었어요. 마치 각자의 명절 이야기가 공기 속에 흩어져 섞이는 듯했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해 근정전 마당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소리가 조금 멀어지고 대신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늘은 쨍했고, 단풍은 막 물들기 시작했죠. 수백 명이 함께 걷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발소리와 바람 소리가 절묘하게 섞여 “추석의 리듬”처럼 들렸습니다.

“붐비지만, 불편하지 않다. 사람의 온기가 공간을 채우면 그곳은 시끄러운 게 아니라 따뜻해진다.”

2. 인파 속에서도 고즈넉함을 발견하다

향원정 앞 연못가에는 사람들로 빽빽했지만, 그 사이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물 위로 떠다니는 낙엽, 연못 너머로 비치는 단풍, 그리고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조용히 숨을 고르는 사람들. 모두가 잠시 멈춰 있던 그 순간, 경복궁은 복잡한 도심 속 작은 정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한복의 색이 물결처럼 번져나갔습니다. 분홍색 치마, 남색 두루마기, 베이지 한복 저고리— 색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으로 담았습니다. 사람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살아 있는 숨결과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거든요.

3. 붐빔의 끝에서, 다시 평온으로

오후가 되자 인파는 더 늘어났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들, 외국인 관광버스, 단체 촬영을 준비하는 학생들까지— 잠시 복잡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이 풍경도 서울의 명절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시의 고궁이 사람으로 가득 찬다는 건, 역사가 지금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사람이 많아도, 마음이 고요하다. 그것이 명절의 경복궁이었다.”

해가 기울고 경회루 쪽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지만, 얼굴마다 미소가 있었고, 아이들은 손에 국화꽃을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추석의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철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도 약간은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묘하게 충만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떠올리면 “복잡했지만 좋았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경복궁은 늘 그렇듯, 붐비지만 그 속에서 조용히 나를 쉬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 2025 거리의기록 — 추석 연휴 경복궁 산책기

1. 경복궁으로 들어서는 길, 그 자체가 명절의 한 장면

광화문 역 5번 출구로 나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습니다. 따뜻한 국화차 냄새가 섞인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서부터 북소리와 함께 전통의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 건너편엔 한복 대여점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고, 파스텔빛 치마와 남색 도포, 흰 저고리가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경복궁 정문 앞 광장은 이미 인산인해였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뷰티풀!”을 연발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셀카봉을 높이 들었고, 누군가는 한복 끈을 고쳐 매며 친구를 기다렸죠. 그 모든 움직임이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명절의 풍경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문 바로 앞에서 안내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입장권 확인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아이들의 웃음, 사진 셔터 소리, 그리고 그 위로 울려 퍼지는 사물놀이 장단이 공기 속을 가르며 번져갔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 살아 움직이는 **한국의 명절 무대** 같았습니다.

입구를 통과하며 고개를 들자, 근정전의 기와가 가을 햇살에 번쩍 빛났습니다. 발 아래 돌길 사이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하늘은 맑고 투명했습니다. 그 순간,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평화로웠습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리듬을 만들고, 웃음소리가 멜로디가 되어 경복궁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명절 노래처럼 울리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경복궁은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는데 그 후 복구되지 못하였다가 270여 년이 지난 1867년(고종 4)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다시 지어졌다. 1910년 경술국치 후 경복궁은 계획적으로 훼손되기 시작하여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전각들이 철거되었고, 1926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어 경복궁의 경관을 훼손하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복궁 복원공사가 진행되었고,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였으며 흥례문 일원, 침전 권역, 건청궁과 태원전, 그리고 광화문 등이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광화문을 지나면 흥례문이다. 1395년(태도 4년) 지어졌으며 1426년(세종 8년) 홍례문(弘禮門)이라 했다가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1867년(고종 4년) 중건하면서 청나라 건륭제의 이름인 홍력(弘曆)을 피휘 하여 흥례문이라 개칭했다. 1916년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건설하면서 철거되었다가 85년 뒤인 2001년 10월 26일 복원되었다.